작가.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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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쁠 같은 봄날 / 정은숙

 

네가, 어디 있느냐고

전화 메세지를 남기고 있을

나는 한강 언저리에서 졸고 있었네.

누구나 좋았겠다고 말할 풍경엔

바람도 있었고, 봄빛도 있었지.

그렇다고 정말 내가 좋았을까.

3월이었고 나는 떠날 이유를 찾고 있었지.

철학서를 베고 누워서

스물한 살의 젊음을 조롱하던 봄빛도

아닌, 이젠 너무 늦었다고 말하는 것도 아닌

너는 수긍치 못할 것이다.

한번도 제대로 시작해 보지 못한

여행의 끝을 보고 싶은 마음을.

졸음 끝에 묻어나는 안락함이

몸에는 맞지 않는다.

돌아갈 서울을 향해, 뻗었던 다리를

모으고 다시 한번 한강을 바라본다.

나는 대답하리라. 어디에도 가지 않았노라고

단지 잠깐 기쁠 같아

봄을 맞으러 갔을

그것뿐이라고.

 

기쁠 같은 봄날 / 정은숙

 

네가, 어디 있느냐고

전화 메세지를 남기고 있을

나는 한강 언저리에서 졸고 있었네.

누구나 좋았겠다고 말할 풍경엔

바람도 있었고, 봄빛도 있었지.

그렇다고 정말 내가 좋았을까.

3월이었고 나는 떠날 이유를 찾고 있었지.

철학서를 베고 누워서

스물한 살의 젊음을 조롱하던 봄빛도

아닌, 이젠 너무 늦었다고 말하는 것도 아닌

너는 수긍치 못할 것이다.

한번도 제대로 시작해 보지 못한

여행의 끝을 보고 싶은 마음을.

졸음 끝에 묻어나는 안락함이

몸에는 맞지 않는다.

돌아갈 서울을 향해, 뻗었던 다리를

모으고 다시 한번 한강을 바라본다.

나는 대답하리라. 어디에도 가지 않았노라고

단지 잠깐 기쁠 같아

봄을 맞으러 갔을

그것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