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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omi Shihab Nye

 

 

The Art of Disappearing

사라짐의 기술

  나오미 시하브 나이

  민현식 / 번역

       

 

When they say Don’t I know you?

say no.

사람들이 "우리 전에 있죠?"라고 말하면

아니라고 하세요.

 

When they invite you to the party

remember what parties are like

before answering.

Someone is telling you in a loud voice

they once wrote a poem.

Greasy sausage balls on a paper plate.

Then reply.

사람들이 파티에 초대하면

대답하기 전에 파티들이 어땠는지 생각해 보세요.

어떤 사람은 당신에게 커다란 목소리로 말했었죠

자신도 예전에 시를 적이 있다고.

종이 접시 위에는 기름 번들번들한 소세지가 구르고 있었고요.

, 이제 대답하세요.

 

If they say We should get together

say why?

사람들이 "우리 뭉치죠."라고 하면

왜요?라고 말하세요.

 

It’s not that you don’t love them anymore.

You’re trying to remember something

too important to forget.

Trees. The monastery bell at twilight.

Tell them you have a new project.

It will never be finished.

그건 당신이 사람들을 이상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뭔가 기억하려 하기 때문이잖아요.

너무 중요해서 잊을 없는 것들 말이에요

나무들. 황혼 수도원의 종소리.

그들에게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하세요.

끝나지 않을 작업이라구요.

 

When someone recognizes you in a grocery store

nod briefly and become a cabbage.

When someone you haven’t seen in ten years

appears at the door,

don’t start singing him all your new songs.

You will never catch up.

마트에서 어떤 사람이 당신을 알아보면

가볍게 목례하고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10 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이

문가에 나타나면

요즈음 당신 얘기를 흥에 겨워 시작하지 마세요.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거예요.

 

Walk around feeling like a leaf.

Know you could tumble any second.

Then decide what to do with your time.

나뭇잎이나 배회하세요.

당신도 언제든 나풀대며 떨어질 아시잖아요?

그럼, 할지 결정하세요.

 

3월의 시

 

공항 사람들

 

12 13

 

이전의 케이에게 원주는 느닷없이 생긴 방랑욕이 수그러질 지나는 도시였다. 대개 강릉으로 가는 길이었으리라. 서울에서 2시간, 강릉에서도 2시간 거리의 도시. 섬유 유연제 없이 세제로만 세탁할 같은, 크게 웃지도 소리 내어 울지도 않을, 여기저기서 흘러 들어와 서울이나 강릉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이 모여 그런 도시였다. 횡성은 원주 북동쪽에 있다.

 

네이버 길찻기로 확인한 횡성까지의 시간은 2시간 남짓이었다. 저녁상을 물린 케이는 멀리 공단으로 이어지는 다리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불빛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도 저들처럼 밤중에 달리게 되겠군.'

 

간밤의 눈은 얼어붙어 있었다. 공원 주차장에 주차한 버스에 당도한 시간은 자정을 지나고 있었는데 주행거리 50 킬로미터를 넘긴 경북 5963호는 케이와의 주행에 그보다 긴장한 듯, 내키지 않는 했다. 때문에 어쩔 없이 링에 오르지만 매맛을 아는 전직 헤비급 프로 복서 같은 느낌이랄까. 키를 돌렸다. 계기판의 온갖 표시들이 파랗게 빨갛게 환호하듯 밝혀졌지만, 시동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다시 키를 돌린다. 파랗고 빨갛다. 이번에도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연이어 번을 같은 동작을 하던 케이는 배터리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모든 플러그에서 모든 장치를 뽑았다. 키를 돌린다. 마치 옆방에서 쓸쓸히 죽어가는 코마상태의 무연고자가 가늘게 기침을 내뱉는 듯하더니 갑자기 차가 흔들릴 정도로 요동치며 엔진이 되살아난다

 

케이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경로는 북항 터널을 지나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원주나 만종에서 횡성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어둡고 차가운 창밖을 바라보던 케이가 무심코 네비를 흘깃 보았다. 북항 쪽으로 가려던 케이의 계획과는 다르게 가정동쪽으로 좌회전하라는 것이었다. 멈칫했지만 케이는 자정의 초행길이었기에 핸들을 왼쪽으로 틀었다. 낯선 상황에서 누군가 내밀면 손을 덥석 잡고는 아직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그 행운에 고마워하던 것이 많은 경우 케이의 결정의 순간이었다. 부평 톨게이트를 지나서 판교로 가는 커브를 크게 돌아 나갈 . 네비는 급커브임을 경고하고 있었다. ', 장수 쪽으로 가라는 거구나.' 2차선에서 시속 110 킬로로 달리는 케이 곁으로 1차선에서 3차선에서 그의 초행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러 대의 차들이 추월하였다. 성애 때문에 조금 열어 창문 틈사이로 미친 여자의 저주 같은 풍절음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유리에 우박처럼 부딪히던 눈발은 누그러지고 있었다. 여러 번의 터널을 지난 , 서울을 사수하려 잠들지 못하는 환한 창들이, 드문드문 잠든 창들로 흐트러진 전투 대형을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피곤과 졸음을 견디는 했지만, 꺼진 창들마저도 이방인들이나 자신의 적들에게 뭔가를 숨겨 치명적인 피해를 끼치려는 것이 전략의 일부인 것처럼, 밝음은 기꺼이 만용과 허세를, 어둠은 상처받아 웅크린 상태로 가해 잠재성을 없이 충전하고 있는 짐승 같아 보였다.

 

드문드문 이어지던 창의 불빛들은 여주 대신을 지나자 모두 사라졌다. 케이는 칠흑 같은 어둠의 아래쪽으로 점점 떨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불현듯 들었다. 느낌은 너무도 강력해서 양손으로 힘껏 누르듯 잡고 있던 핸들에서 왼손을 위로 뻗어, 이별하려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듯, 황급히 손을 흔들며 물에 빠져 죽어가듯 위쪽 손잡이를 찾았다. 이따금 반대 차선에서 상향등을 키고 덮칠 것처럼 달려오는 차들이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다.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한지가 서울 외곽을 지난 직후였으니까 내리는 눈이 낯설지는 않았지만, 환갑을 넘긴 그의 삶에서 절반을 차지했던 어둠에 대해서 케이는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으려 애를 썼다. '밝을 싸워야 . 상처는 정당해야 .' 케이는 어둠속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충격보다 자신의 방식을 무시하며 조롱하는 어둠에게 점진적으로 반감을 갖기 시작했는데, 터질듯이 누적되어온 이 반감은, 칠흑 같은 어둠속 도로를 빠르게 지나가는 이정표가 어딘가를 가리키듯, 본능적인 증오 쪽으로 치닫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