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평하시죠.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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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쑥개떡

 

  

 

4월의 향기속에 돋아나는 새싹들을 바라보면 해를 시작한다.

저들판에서 자라나는 쑥을 보고 있노라니

작년에 어머니께서 뜯어다 주신 쑥이 생각난다.

벌레가 징그러워 쑥을 뜯는 나를 대신해

해마다 두봉지씩 쑥을 뜯어오시던 어머니

올해에는 어머니가 계시지 않아

개떡을 못하는 알았는데

지인분이 자루를 뜯어다가 주시는 바람에 떡을 수가 있었다.

떡을 만들어 찜기에 한소큼 쪄낸

접시에 담아 가지고 어머니가 계신 추모공원 가서는

엄마가 좋아하시는 드시라고 혼자 말을 하고는

잠시 머물다 공원을 내려왔다.

 

 

 

 

건강검진

 

  

 

비슷한 연령대

가슴이 답답하고

계단 오를 가쁜숨을 호소한다

붉은상표 소주찾던 친구

밤새 응급실에서 검사받고

병원침대에 누워 있다는 카톡전달

 

조금만 늦었으면 심정지 상태로

황천길 갈번 했다한다

 

머리사진 MRA 검사 받으러간다

 

귀마개를 하고 검사를 받는다

머릿속 구석구석을 두루룩 뚝닥

얽히고 설킨 거미줄 같은 실핏줄

자력의 부딪힘 으로 터져흐르는

응고된 핏덩이를 찾아낸다

 

누워서 하나둘셋 일백을 세고 속가락하나

일백세고 번째손가락

눌렀으니까 일천을 것이다

드디어 소리가 멈추었다

끝났는가 보구나

 

소리가 다시작동을 하는지

고음의 소리가 귀청을 울린다

하나들 보자 20 걸린다고 했던가

 

MRA 뇌동맥 뇌혈관의 협착을 찾아내고

MRI 뇌종양 뇌종병변을 찾아낸다

 

최신의 자기공명검사 의료기기

수명연장에 효자노릇을 하는구나

 

 

 

 

5월이 오기 전에

 

  

 

까치발 서서 바라본 들판

게으른 농부가 뒷짐을 지고 팔자로 걸어가던

만삭의 여인이 쑥을 캐어 담는 동안

코를 훌쩍이던 까만 사내아이는 바람개비를 돌렸다

아득히 불어오던 바람이 지워버린 4월의 들판

 

지워지는 것에 얼마나 익숙해져야

새벽 기도처럼 덤덤할까

초록으로 덮어 버린 아쉬움의 갈색 기억들

지나가 버리는 것에 얼마나 견디어야

꽃이 핀다고 떠들썩한 들판으로 눈길이 가지 않을까

따뜻해지는 강물 따라 돌아보지 않고 가던 그리운 윤곽

 

함부로 밟아 버린 4월을 생각하며 지난 그림자는

오래도록 쪼그려 앉아 있었고 이마엔 지금도 땀이 흐른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씌워지는 것이라 위로하면서

얼마 드러날 것을 기다리며

강물을 거슬러 올라오는 물고기 마리 낚시에 걸어본다

 

쑥국과 미나리 무침이 숨어 버린 식탁위에

비닐로 덮어 버린 들판은 시절도 없이 딸기를 내민다

가야할 곳을 잃어버린 기러기 마리 내려앉지 못하고

뿌연 흙먼지가 서둘러 오는 5월을 막고 있다

 

 

 

의처증

 

  

 

당신의 사랑은 바람인가요. 누군가의 바람 속에 의심을 섞는 일인가요. 봄날

들이 울었어요. 나뭇가지엔 울음의 둥지가 올라앉고 당신은 둥지 속에 사랑을 가뒀

어요.

 

알을 품다가 풀벌레를 잡아 오면, 풀벌레 어디쯤서 잡아왔을까, 이리 한참이나

걸렸을까, 다른 새들을 만나지는 않았을까, 캐물었어요.

 

당신의 사랑 방식은 비밀을 허락하지 않는 밀실인가요. 햇살 푸른 한낮 커튼을

일인가요. 새어드는 으스름 달빛에 성난 삿대질을 하는 일인가요.

 

밀실을 나서면 시장바구니에 아이를 실었어요. 동창생 웃음소리에 당신의 발소리가

숨어왔어요. 손전화의 얼굴엔 지문이 흘러요. 바람이 스쳐간 번호마다 물음표가

개씩 찍혀 있고요.

 

나는 봄날의 울음이에요. 울음은 호수 위에 바람결을 그려 넣어요. 흔들리는 결마

우울 하나씩을 띄워 보내요. 바람의 무늬가 퍼질수록 석양은 금빛으로 출렁이고

울음은 물결 속에 오래 뜨거웠어요.

 

사랑은 가둬놓는 일이 아니에요, 바람 속에 울음을 푸는 일이에요, 그것은 평생

번의 짝짓기처럼 격렬한 물결을 갈구하는 일이에요, 갈참나무 솜털 씨앗 온몸으

날아오르는 일이에요, 씀바귀 민들레 머리칼을 뽑아 흔드는, 송홧가루 황사가

도시를 뒤덮는 일이고요, 밤꽃 냄새 짙은 밤을 붉혀가는 뻐꾸기의 목청이에요.

 

어두운 그늘이 바람의 무늬를 지우네요. 숨이 막혀요. 노을이 떠나고 끈적한 땀내

들이 컥컥 기도를 막는 물속, 지난 한낮의 낡은 자유를 깨워낸 물고기들이 몸을

뒤집고 입을 벌려요.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요.

 

 

 

 

윤슬은 눈부시고

 

  

 

윤슬은 눈부시고

벚꽃 꽃망울은 볼그스레

꽃필 준비를 서두르던 고북저수지

 

꽃놀이 하러 달려간 벚꽃길에서

덩그런 꽃망울로도 행복했던

매란국죽 우리가

흐드러지는 벚꽃이 되었었다는 얘기

 

도가네 매운탕의 기막힌 맛도

주인 양반 손맛이 다는 아닐

매란국죽 우리의 끈끈한 정이

보글보글 감칠맛을 내었기 때문

 

물속에 발을 담근 능수버들이

카메라 속에서도 웃고 있는

연둣빛 봄빛에 반해버린 우리가

해맑게 웃어 대는 아이가 되었었다는 얘기

 

잔물결에 햇살이 자지러지던 고북은

벚꽃길이 있어 명소가 되고,

머문 흐르는 우리들 시간엔

매란국죽이 있어 눈부시어라

 

 

 

 

동창회

 

  

 

파장이다

대낮부터 마신 술로 얼굴들이 벌겋다

쪽에선 코를 골고

 

소맥 32병을 마셨다고

자랑하는 친구가 옆에 있어 따르기 바쁜데

나보다 많다고

둘째 형과 나이가 같다고

주절거리던 친구가 나에게 돌연 욕을 한다

 

싹바가지 없다나

자기에게는 술을 따르지 않느냐고

깐보느냐고

주인 닮아가는 언어를 보고

살짝 웃음 흘렸는데 비웃냐고 따진다

 

가면을 광대처럼

얼굴을 감추고 웃지만

기다림도

설레임도 없는

김빠진 맥주가 국민학교 동창회

 

유통기간이 되었는지 삐걱거린다

손절을 준비해야겠다

 

 

 

 

위의 선문답 35 ? 단짠

 

  

 

, 기맥힌 단짠이네

라는 듣고 말했다

단짜가 뭐가 맥힌다는

멀었니 미쳐 미쳐

아니 미쳐 내가 정말 미쳐

기가 아니구 귀란 말여 미쳐

단짜 단짠 증말 뭐가 중한디

그렇게 단기 4357 4 중순

허름한 술집 어스름에

뉘엿뉘엿 하루 해가 저문다

 

<시작노트>

평생을 함께하 해놓고 훌쩍 먼저 떠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훌쩍 먼저 떠나버린 고약한

친구를 생각하며 뚜벅뚜벅 걸어오는 길에 문득 오래전 일이 떠올라 별다른 없이 지은 글입

니다. 문득 옛일이 생각났습니다. 덕분에 고마운 하루였습니다.

 

 

 

바람

 

  

 

바람이 다가와 나를 안고

나뭇가지처럼 흔들리게 적이 있었다

바람을 싫어한 때와는 다르게

자유롭게 한다는 안다

바람은 그런 것이다

무언가 날려버릴 수도 있지만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뭇잎처럼 잡히게 하기도 한다

인생이란 바람처럼

불어오는 모든 것을 느끼며

자신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울컥

 

  

 

유기로 만든 작은 종을 치고 있다

사람은 울기 시작했고

누구는 가슴이 먹먹하다 했고

나는 헛구역질을 해댔다

 

뭔가 쏟아냈다

맑은 모래톱에서 놀고 있는 미꾸라지와

흙탕물에서 사라지는 미꾸라지 사이에서

흔들리는 물결을 보았다

 

물고기가 꼬리로 물을 두드리고 있었다

의식을 말렛 끝에 두고

파동의 크기를 조절한다

 

울먹이는 목소리가

말을 챙겨서 하지 그랬니

울림통을 두드렸다

 

온몸이 흔들렸다

울컥 나온 것이 바닥에 닿기 사라졌다

종소리가 곳을 차곡차곡 채우고 있었다

 

덜 최근

 

사랑하는 마음

 

  

 

아름다움을 부러워하면

자신의 아름다움을 없음이고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보면

없이 미워함이 묻어나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보듬고 사랑한다면

즐거움이 되고 인상을 쓰고

사람을 대한다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것이다

 

 

나팔 소리

 

  

 

바람을 조절하는 피스톤을 누른다

몇칠 손가락 누름을 소홀히 하였더니

첫째 피스톤이 달라붙어서 끄덕 않는다

 

나를 잊지 마세요

한참을 기다렸어요

왼편으로 돌려 올리고 오일 방울

손질을 하지 않은 게으름의 힐책인가

 

오선 아래 덧줄 (C) 약한 날숨으로

(G) 조금 날숨으로

중간도는 약간 빠른 날숨으로

오선 바로 아래 (E) 세고 빠른 날숨

오선 위의 솔은 세게 빠르게 빼고

오선 덧줄도는 고수들이 날숨을 모아서

 

울며 배우고 웃으며 행세한다는

트럼펫

개의 피스톤이 바람을 세게 빠르게

적당한 배음의 조화를 울려 가면서

뮤지선에게 성취의 희열을

청중에게는 박수를 치게 한다

 

 

군자란은 피고

 

  

 

군자란 꽃망울이 붉그스레

준비를 마친 합니다

삼백육십오일 창밖만 바라보는 울엄마가

사람 구경 때마다

눈길도 주고 얘기도 주고받았을 꽃대

올해도 늙은 꽃대 밀어 올려

단짝 친구 엄마 얼굴 보러 오나 봅니다

 

화분을 끌어다

햇살 좋은 양지에 옮겨 놓고

바가지 부어주는데

꽃망울이 고개 돌려 한마디 합니다

자주 와요 외로움은 공포예요

 

그림자 끌며 현관문을 나설

오너하시며 흔드는 울엄마의 마른 손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외로움

 

가슴 무너지는 소리

울엄마가 들을까

군자란은 얼른 잔기침하며

꽃잎을 열기 시작합니다

 

 

응달 양달

 

  

 

나를 위해서 돈은 양달

남을 위해서 돈은 응달

 

돈을 움켜쥘 때는

응달도 좋고

양달도 좋고

손을 때는 양달만 고집하던 사람이

그늘을 만들며 살았는데

 

병원에서 그의 지는 모습은

반쯤 벌리고

웃는지 우는지 종잡을 없는 눈이

허공을 항하고 있었다

 

평생 모은 돈을 저세상으로

가져갈 있다면

저런 허망한 표정은 아닐텐데

 

 

글자

 

  

 

못쓰는데

행복한 시가 있다

 

꽃이 써줬고

잎이 쓰고있는데

해까지 빛내주니

 

맡기고 사는

절로 쓰인

시복

 

 

기미와 검버섯

 

  

 

얼굴에는 기미가 있어. 기미는 거미를 닮았어. 시골집의 낡은 처마 끝에 거미줄 피어나듯 나와 함께 나이를 먹은 거울 속에는 어미 거미와 새끼 거미들이 줄줄이 몸싸움하는 기미의 무리가 있어. 마당을 뒹구는 어린 날의 얼굴에는 땟국물이 넘쳐흘렀고 그때부터 흑설탕을 뿌린 기미가 있었어. 작은 기미들은 검은 몸빛의 거미처럼 새끼를 쳤어. 거미 새끼들을 보며 나는 기미의 근원을 파헤치는 어른이 되고 싶었지.

 

아무것도 기록되지 않은 거울 같은 공책에 얼굴을 비추며 엄지와 검지와 중지에 연필을 쥐었어. 거미줄로 이어진 삶의 줄금들을 가갸거겨 그어가며 책상머리에 삶의 소리를 아야어여 따라 적었어. 하굣길엔 풀꽃들의 이름을 불렀어. 소리와 이름들이 얼굴에 새겨졌어. 속을 뒤집는 땅강아지와 솔바람을 타고 떠나는 송홧가루, 자음과 모음이 가슴을 채우고 이름과 가루가 얼굴을 검게 키웠어.

 

얼굴이 커지고 검어지면 갯바위처럼 바닷물결 견뎌내는 어른이 되는 알았어. 대학을 향한 고교 시절의 글자들은 농익은 해당화 꽃잎으로 얼굴을 덮었어. 여드름들이 까맣게 영글어 씨앗이 되는 알았어.

 

우리 돌담 옆에는 늙은 살구나무가 있었지. 봄철이면 분홍으로 피어났다가 지는 봄날이면 노랗고 새콤하게 살구를 익혔지. 가지 끝이 우리 담장을 넘겨다보고 나의 거미들은 담장과 가지에 사다리를 연결했어. 날줄이 지나면 짧은 씨줄들이 얽혀 기하학의 무늬가 되었어. 나는 흔들리는 무늬 위에 걸터앉곤 했지. 하늘은 멀리 높고 땅은 널리 푸르고 나는 흔들며 날아가는 바람 소리에 노래를 실었지. 거미의 노래는 시냇물처럼 쏴아쏴아 바다에 넘치고 싶었어.

 

후로 나는 거미집을 엮는 시인이 되었어. 거미줄처럼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책장을 펼칠 때마다 검은 활자가 튀어올랐지. 원고지에 찍혀가는 검은 활자는 점점이 얼굴을 채웠어. 거미줄 위로 가을이 내리고 겨울은 꽃이 되고 여름은 다시 단풍이 되었어. 추위와 더위가 헤아릴 없이 술래잡기를 하는 동안 나는 다시 거울 앞에 섰어. 까만 활자들이 거미줄처럼 얽힌 얼굴, 박제된 거미알들이 검버섯으로 번져 있었어.

 

 

 

 

 

개나리

 

  김영서

 

부활절에 삶은 계란을 받았다

 

본티오 빌라도처럼 손을 씻었다

마을 언덕이 노랗게 물들었다

눈길 한번 주지 않았는데

마음이 환해졌다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따뜻한 눈길은 없었다

전이가 두려운 세상에서

혹시 진실을 외면한 기억이 없었니

 

언덕에서 노란

너희는 너희 법대로 하라

계절이 뱀처럼 지나간다

혀가 먼저 지나가고 꼬리가

아직 몸에 닿아있다

 

속살 드러내며

짜릿한 순간 꽃송이로 뒹군다

세상은 고문 도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