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평하시죠.경복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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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

 

주말 고마웠습니다

 

 

그대에게서

해미읍성의 순교자적 슬픔을

서산목장의 꿈결 같은 화사함을

개심사의 고즈넉한 고집을

아산만의 대단함을 봅니다

 

내내 건투를

3월의 시

 

한유주

 

달로 /한유주

 

1

나는 달로 사람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그는 어느 속으로 홀연히, 잠겨버렸다. 광경에 너무나 놀라서, 나는 그만 주저앉지도, 반사적으로 손을 치켜들지도 못한 자리에 붙박여버리고 말았다. 놀랐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던지, 그가 늘어뜨리고 무게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시간은 그때 이후로 손톱만큼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그가 지나간 궤적만이 허공에서 길게 몸을 떨고 있을 뿐이었다.

달은 아마도 차가울 것이다. 달의 뒷면에는 앞면보다 아름다울 무수한 바다가 있고, 많은 시인과 소년들이 그곳에 발을 담그고 싶어했지만, 발아한 문장들은 너무 무거웠고, 소년들은 너무 어렸으며 나이를 먹은 후에는 어느 순간 노인이 되어 있었다. 다음부터는 모든 일들이 타박이기만 했다.

예전에도 달에 사람은 있었다. 그들 몇의 이야기를 나는 어디선가 전해 들었는데, 그들은 달에 잠시 들렀다가, 길을 되짚어 돌아왔다. 달에 들렀던 이들 중에는 어린아이도 있었다. 아이는 외로웠고, 그래서 달로 갔지만 달에 도착했을 달은 삭아버린 나무토막 조각일 뿐이었다. 쓸쓸한 이야기였다. 아이가 음습한 이끼에 젖어 돌아왔을 , 지구는 그저 깨진 화분에 지나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미국인으로 암스트롱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아마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열세 마리와 함께 달에 도착했다. 검은 하늘에 지구가 파랗게 돋아나 있었다. 지구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우주복에 달린 둥글고 반투명한 헬멧과, 지구에서보다 가벼운 몸으로 달의 위에서 둔하게 움직이는 우주인을 보았다. 모든 것이 텔레비전의 화면 안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화면 밖에서 어떤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고, 어떤 사람들은 성호를 그었다.

나는 암스트롱과 만난 적이 있다. 우연이 엎지른 만남이었다. 하늘색 셔츠에 자주색 골이 파인 넥타이를 매고 성긴 줄무늬가 있는 진한 회색 재킷을 입고 있었다. 먼지 냄새가 단장 끝에서 흩어졌다. 이탈리아로 거라고 했다. 나는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그래, 달은 어떻습디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깨 너머만 멀거니 들여다보다가, 왼손에 들고 있던 모자를 머리에 얹고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