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시
카페 앉아
나의 광기는 두려움에서 출발했다
인생을 오해하고 있다는
서 있으면 의자를 찾았고
앉으면 떠나는 기차든 사람이든
뜨겁게 사랑했다
바닷가에 있고 싶었다
이제
유리창 앞에 앉아
떠나는 사람들을
본다
가끔
먼 바다를 보러
뒷산에 오를 것 같다
3월의 시
김경희
코피 루왁을 마시는 시간 / 김경희
이메일을 확인한 것은 커피를 볶고 만 하루가 지나서였다. 여자는 원두를 담은 유리병에 로스팅한 날짜를 적어두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인생이 타이밍이듯 커피역시 그러하다. 원두의 신선도에 따라 커피 맛은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배를 타고 먼 바다를 건너온 도무지 언제 볶았는지조차 확인할 길 없는 브랜드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를 좀 안다고 호들갑 떠는 이들을 여자는 경멸했다. 그녀처럼 고상하고 우아한 부류를 그들 역시 이해할 수 없을 테지만 어차피 격이 다른 사람들일 뿐이다. 세상이 1퍼센트의 상류층을 위해서만 굴러간다는 것쯤은 이제 누구라도 알만한 사실이다. 신(新)인류. 여자는 그 부류에 자신이 속하게 되었음에 안도했다. 부단히 노력해서 얻어낸 성과였기에 만족감 또한 클 수밖에 없다. 마침내 안락한 세계에 편입되었을 때 여자의 다문 입술 사이에서는 옅은 휘파람마저 새어나왔다. 전동 그라인더에 스위치를 켜고 여자는 분쇄도를 에스프레소 0.5mm로 맞춘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핸드밀로 원두를 분쇄하던 그녀였다. 그러나 남편은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다. 여자 역시 균일하면서도 고운 입자를 원했다. 판단은 그르지 않았다. 분쇄된 원두는 놀라우리만치 고르면서도 균일했다.